안녕하세요. 케빈 어머님^^
어머님의 편지를 읽고 또 여러가지 생각이 우선 드네요.

일단,케빈이 처음 우려와 달리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저희쪽에서 100% 안심을 하고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아직 아이들이 보내야 할 날들이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향수병에 걸리는 시기도 아이들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머님과의 통화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그러나 케빈이 정을 두고, 마음을 주는 부분은 또 여러가지라 그런 부분에서 아이가 힘들어도 견뎌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것 같기도 합니다.
(어머님께서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아시죠 ㅋㅋ 루나는 이미 한 물 갔습니다^^)
어머니께서 저희를 긍정적으로 봐 주시는 것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집에서는 어떤 아들인지 저희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곳에 도착하면 저희 눈에는 그저 그 나이의 초등학생 일 뿐입니다.
좀 의젓한 아이도 있고 산만한 아이도 있고 까부는 아이도 있습니다만 초등학생이 하는 행동이란것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케빈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오늘은 오전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을 전부 불러서 회의를 좀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인터넷을 항상 이용하지만 한국 소식을 자주 접하거나 그래서 크게 동요 될 일이 별로 없이 지내는데 여고생과 중학교 남자 아이의 자살 소식을 보았습니다.
여고생이 엘레베이터에서 머뭇거리는 그 "찰나"의 순간도 생각을 했고, 또 중학교 2학년 이라는 남자 아이의 구구절절한 편지도 읽어 보았습니다.


원인이 "왕따" "괴롭힘"에 있다고 하더군요.
아이를 낳아보지도 키워보지도 않았지만 저희의 직업이 아이들을 케어하고 공부시키는 일 인지라 그저 "남의 일" 이라고 생각 되지가 않았습니다.
가해자라 불리는 또래의 아이들 사진도 보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이라는 분의 사진까지 이미 인터넷에 올라와 있더군요.
그런데, 그 가해자라 불리는 또 다른 아이들은 그저 이곳에 있다면 예쁘고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거리는 현재 와 있는 아이들과 별반 달라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 담임 선생님이라는 분도 저희의 얼굴과 또 별반 다르게 보이질 않았구요.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봤지요.
아이들의 대답은 의외로 그런 일들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초등학생이 대부분인 지금 캠프에서 아이들 대답이 그러니 정말 놀랍더군요.
결론적으론, 절대로 엄마 아빠께 비밀로 하지 말고 무조건 말씀을 드려야 한다로 났지만 보복이 무서워 그렇게 하는것이 어른들 시각에서 보듯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계신데 그 선생님들도 그런 부분에서는 또 한계가 있는 가 봅니다.


영어 캠프를 왔는데 영어를 잘 가르치면 될 일입니다.
오지랖 넓게 주저리 떠들지 않아도 될 일인데 그 이름모를 두 아이의 죽음이 현재 이곳에 와 있는 초롱 초롱한 아이들과 오버랩이 안 될 수 없습니다.
걱정도 팔자라고 부모님들께서 교육 잘 시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영어에 대해서가 아닌 다른 주제로 진지한 대화를 해 보니 아이들의 생각을 더욱 더 세세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저희에게도 된 것 같습니다.

그 주제에서 케빈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저희의 의도는 무조건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 혼자 고민하지 말라는 것 이었는데 엄마와 대화를 자주 하는 케빈의 경우 역시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먼저 "엄마께 말씀을 드려야 한다" 였습니다.
지난번에도 "엄마께서 아셔야 할 것 같은데요" 라고 이야기 했다고 제가 말씀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케빈도 그런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케빈은 동생 민경이를 너무 사랑하고 또 엄마를 존경하는 매우 긍정적인 아이입니다.
오늘 아이들과의 회의때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많은 어머님들과 통화를 하는데 항상 고민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너무 풀어서 키웠다는 분도 계시고, 너무 엄하게 키웠다는 분도 계시고, 또 바빠서 신경을 못 썼다는 분도 계시지요.
아이들은 이곳에 오면 그런 엄마들의 마음에 흡족 하시지는 않아도 스스로 노력을 합니다.
이곳에서 아무리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이끈다고 해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절대로 숙소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아마 곁에서 두실 때 보다 조금이라도 발전해서 가는 부분은 있을 겁니다.
케빈이 단체 생활에서 단독적으로 행동을 하거나 하는 아이는 또 아니기도 하구요.


한국의 유명 브랜드 학원들이 많이 있고 현재 캠프에서 온 아이들 대부분이 강남권에 사는 아이들이라 대부분이 그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강남권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아마 케빈이 유일 할 겁니다 ㅎㅎ
이 부분에서는 또 어머님께 칭찬을 드리지 않을 수 없겠네요.^^

영어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셔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한국의 그 유명 학원들 억대 강사와 저희를 어떻게 비교를 하겠어요.
저희와는 커리큘럼도 다르고 레벨을 나누는 방법도 다릅니다.
저희가 시키는 학습은 저희 나름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을 토해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한국의 어머님들을 납득시키기란 사실 매우 어렵습니다.
결과가 있어야만 저희가 "잘 가르치는 곳" 이 되는 것 입니다.
그것은 잔인하지만 현실이죠.

그래서 해 주시는 칭찬은 감사히 받지만 아직은 걱정 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을 드린 것 같은데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고 아이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케빈이 이미 한국에 돌아갔을때 그리고 다시 학교에 다니고 엄마품에 있을 때 그때도 저희가 기억이 나셨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물론, 어머님께서 말씀을 하셨듯 영어를 떠나서 나와 다른 아이들과 생활을 하면서 더 늠름하고,씩씩한 사내 녀석이 되어서 간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요^^

지금까지도 할머니,할아버지께 좋은 손주였겠지만 더 즐겁고 또 씩씩한 모습, 공부 열심히 하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 자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지도하겠습니다^^
케빈 이곳에 있는동안 아이 한 명이라도 줄었으니 아버님과 데이트도 좀 하시고 하세요^^
걱정하실 일 만드는 아이 아니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잘 있다 갈 거에요.
잘 되시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냥 짧은 휴가라고 생각하시고요^^

멀리있는 아들 걱정에 추운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지실까 걱정입니다.
어머님 아들은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잔뜩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어있는 것 조금전에 체크하고 왔습니다. 엄마,아빠,그리고 민경이가 잘 지내면 케빈은 만사 오케이랍니다^^
케빈 돌아가는 그 날 찐한 포옹 준비하시고요~~~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어머님!! 화이티~~~~잉!!